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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하지 말라’라는 제목이 궁금해서 읽었다. 아무것도 하지 말란건지, 하긴 하는데 막 하지 말란건지. 정답은 그냥 하지 말고 잘해라! 저자가 데이터 분석을 오래 해왔다고 해서 궁금하기도 했다. 연말에 으레 나오는 2022 트렌드 책처럼 여러 사람이 모여서 주관적으로 해석한 트렌드 말고, 데이터로 해석하는 우리 사회는 어떨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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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우리 사회에서 변화는 일어나고 있었지만 코로나가 변화의 속도를 키웠다고들 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변화 키워드는 혼자, 장수, 무인 이다.

  • 변화 키워드 1: 혼자

    1인 가구도 많아지고, 혼자 무언갈 하는게 어색하지 않은 사회가 됐다. 우리가 1인 사회로 분화하면서 가족의 의미도 달라질 수 있겠다.

    • 전통적으로 가족은 재화를 조달하고 가사노동을 하고 유대를 강화하는 등 가정이 유지되는 데 필요한 각종 역할과 책임을 서로 나누고 서로에게 의지했는데, 그런 기능이 하나둘 외주화되며 축소되고 있습니다.

    마침 이 부분을 읽을 때 분리수거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대신 버려주는 서비스를 알게됐다. 집 안에서도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 건조기 등이 가사노동을 대신하고 있는데, 집 밖에서도 가사노동이 외주화되고 있다. 이런 트렌드가 계속된다면 집은 어떤 곳이어야 할까. 또 가사노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는 어떻게 바뀔까.

  • 변화 키워드 2: 장수

    과거보다 기대수명이 크게 늘어나면서 장수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50대 이상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앞으로 이 비중은 높아질 전망이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50대 비중이 높은 편인데, 세대차이를 많이 느낀다. 특히 디지털 역량에서 차이가 크게 나는 것 같다.

  • 변화 키워드3: 무인

    코로나 이전에도 비대면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있었다는게 흥미로웠다. 대면 서비스가 부담스러워지던 차에 코로나가 퍼지면서 갑자기 많은 서비스가 비대면으로 전환됐다. 다시 대면으로 돌아가라하면 주저할 서비스도 많다.

    • 코로나가 부른 변화를 많은 분들은 ‘비대면’이라고 하지만,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선택적 대면’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이 변화 하나하나가 산업이 될 수 있고, 우리가 준비해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배려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섬세하게 측정할 수 있다면 신사업 준비나 홍보의 방법도 좀 더 날카롭게 벼릴 수 있으므로, 관찰은 우리 업의 중요한 출발점이 아닐까 합니다. (…) 그러니 변화의 작은 부분을 간과하지 마시고 계속 계측해서 변화의 그래프를 그려가시기 바랍니다.

    생각해보면 나도 선택적 대면을 선호하는 것 같다.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과는 기꺼이 대면으로 마주하지만 굳이 만나고싶지 않은 사람과는 최대한 비대면으로 소통하고 싶어한다. 만나고싶지 않은 사람에게서 우연히 인사이트를 얻을 때도 있는데, 만나고싶은 사람들만 만나면 나만의 세계에 갇히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다.

변화에 대해-

  • 미래가 우리에게 와 있지만 이미 변화를 온몸으로 겪고있는 분도 있고, 아직 실감하지 못하는 분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아직 내게 일어나지 않았다 해도 다른 이에게 일어나고 있는 변화라면 언젠가 나에게도 일어나게 돼 있습니다.

이 말에 공감이 갔다. 자기가 아직 재택근무를 하지 않는다고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미 세상은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세상이 아직 안 바뀐 것일 뿐. 다른 사람들이 겪는 변화를 관찰하면서 나는 어떻게 대비해야할지 고민해야 한다.

예전에는 좋은 직장 들어가서 열심히만 하면 그럭저럭 집도 사고 괜찮게 살던 시대였던 것 같다. 언젠가 아빠에게 20대에 어떤 기준으로 직장을 선택했는지 물어봤다. 아빠는 그 시대는 지금처럼 고민이 많은 시대가 아니었다고 했다. 그냥 남들처럼 대학교 졸업하고, 직장 들어가서, 결혼하고 살다보니 지금이라고 했다.

이제는 남들이 하는대로 따라서 하면 안된다. 사회가 변한 만큼 일하는 방식, 사람들과 관계 맺는 방식, 라이프스타일, 가족의 구성 방식 등을 관습대로 따르는게 아니라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 변화는 중립적이어서 그 자체가 좋거나 나쁜 것은 아닙니다. 내가 준비를 해놨으면 기회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위기가 될 뿐입니다. 옛날은 좋고 지금이 나쁘다고 한탄할 게 아니라, 그저 내가 준비할 수 있을지, 우리가 지혜로운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고민하는게 옳을 듯 합니다.

앞으로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할까

책에서는 AI와 로봇이 인간을 대체한다면 인간은 무엇을 해야할지 질문을 던진다. 나아가 만나고싶은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한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열심히 하는게 아니라 잘해야한다. 잘하기 위해서는 실행하기 전에 고민을 먼저 해야한다. 앞으로 로봇에게 대체되지 않으려면 인간으로서 무엇을 해야할까.

  • 생각 없는 근면성은 조만간 주인의 발목을 잡을 겁니다. 혹여나 여러분도 좋은 직장 들어가서 시키는 일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은 접으시길 바랍니다. 그런 일자리는 곧 없어질 확률이 높으니까요. (…) 최근에는 인간의 노동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보수체계가 점점 올라가는게 세계적 추세입니다. 그에 따라 자동화 속도도 빨라집니다. 사람이 귀하고 사람에게 줘야 할 비용이 올라갈수록 역설적으로 자동화의 동인이 추동되는 것입니다. “

가치관의 변화

  • 이처럼 가치관이 다양하게 변화하면 각자 추구하는 삶의 지향점이 서로에게 동기부여가 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성공의 기준도 행복의 기준도 획일적이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 다양성을 수용한다면 상대방에게 함부로 지향점을 제시하는 건 곤란합니다.

회사에서 자신의 가치관대로 내 삶의 방향을 지시하는 사람을 종종 만난다. 빨리 승진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집을 사야한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승진, 결혼, 출산, 부동산이 나에게 중요한 가치인지는 물어보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으려면 내가 뭘 원하고 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고있어야 한다.

일, 브랜딩

책에서 묘사한 3년차가 하는 고민을 읽고 너무 내 생각 같아서 놀랐다.

  • 3년차는 이런 고민을 합니다. 어릴 때는 어른이 되면 꽤 똑똑한 일을 할 줄 알았는데 막상 회사에 와서 하는 일은 그렇게 지적이지 않아 보이는 거예요. 시키는 일, 뻔한 일을 반복한다 느낍니다.

사실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는 다들 일을 효율적인 방식으로 하는 줄 알았다. 막상 들어와보니 좋은 생산성 툴이 있어도 잘 쓸 줄 몰라서 안 쓰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또 반복적인 업무, 창의력을 요구하지 않는 업무를 하다보면 이 일을 계속 해서는 전문가가 되기 힘들겠고 언제든 대체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체불가능한 사람이 되어야한다. 내 역량을 쌓든, 비즈니스를 만들든 나만의 것이 있어야겠다.

  • 이미 많은 경쟁이 산업 경쟁이라기보다는 개인 경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 현대의 노동자들은 유형이건 무형이건 자신이 가진 무언가를 팔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나에게 팔 게 있어야하지 않겠습니까?

미래의 조직은 어떤 모습일까?

회사에 소속돼서 계속 일하는게 아니라 개인으로서 경쟁력을 가져야하는 시대가 된다면, 미래에는 경쟁력 있는 개인이 모여서 비즈니스를 할 것이다.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채용하는 회사가 늘어나는 것처럼 사람을 뽑아서 키우는게 아니라 준비된 사람을 뽑으려고 한다.

  • 어정쩡한 중간이 기계에 대체되는 세상에서는 조직 또한 완성된 사람들이 모이는 형태로 변화할 것입니다. 훌륭한 이들은 스스로 관리하지, 남의 관리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면 훌륭한 이들을 어떻게 모아야 할까? 지금 읽고 있는 다른 책 Start with Why에서도 비슷한 답을 찾을 수 있다. 단순히 페이가 좋아서, 복지가 좋아서가 아니라 ‘왜 이 일을 하는지’가 결국엔 중요해질 것 같다.

  • 단순히 우리 회사의 손익 목표가 아니라 더 큰 의미를 가진, 동료로서 일할 수 있을 만큼의 종합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합의해야 해요. 조직에서 이런 것들이 성취되지 않으니 많은 직장인이 몸만 회사에 있고 정신은 다른 곳을 떠도는 유체이탈을 하는 겁니다.

새로운 시대의 전문가란

과거에는 학력, 자격증 등이 전문가로 인정받는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개인적인 기록도 인정해주는 시대다. 꾸준히 모아온 기록 자체가 나의 경쟁력이 되는 셈이다. 게다가 개인의 기록을 모으다보면 내 기록을 좋아해주고 나의 성장을 응원해주는 팬이 생긴다.

  • 가능성이 아니라 능력을 팔려면 그에 합당한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이제는 내가 했던 일들을 모두 기록해야 합니다.
  • 출발점을 찍고, 조금씩 확장해가고, 그것을 기반으로 수련하고, 결과에 대해 오롯이 책임지고, 내 이름이 쓰이게 될 때 나를 표현하는 기록으로서 의미를 가집니다.
  • 후광효과를 일으키는 신도의 모임을 구성하는게 우리가 할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판매는 그 다음이에요.
  • 경쟁은 결국 타자에게 검증받고 평가받는 것이어서, 경쟁하는 한 나는 언제든 패배자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무한경쟁 레이스에 들어가기 싫으면 나만의 것이 있어야 합니다. 그 독창성을 증명할 수만 있으면 경쟁할 필요가 없겠죠.

그 동안 느끼고만 있었던 우리 사회의 변화를 키워드로 짚어주고, 나아갈 방향까지 제시해준 책이었다. 코로나로 빨라진 변화를 넋 놓고 보고있지만 말고 준비를 해서 기회로 만들어야겠다.